“박사를 꿈꿔도 되나요“라는 소설이 있다. 이는 “과학논문작성 과정에 대한 고찰“이란 글로도 유명한 KAIST 전산과 박사과정 김창대님의 웹 연재소설인데, 대학원생들의 찌질하고 우울한(?) 삶에 대해 사실적으로 그리고있어 많은 대학원생들에게 공감을 사고있다. 사실 나는 이 연재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글의 제목만으로도 나는 그 이야기가 다루는 고민들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
이 말은 아마도 대학원을 고민하고 있을, 또는 현재 대학원에 다니고 있을 많은 사람들이 절절히 되내였던 물음이었을 것이다. 과연 나는 박사를 해도 되는 사람인지, 과연 나는 공부를 해도 되는 사람인지… 크고 작은 좌절을 겪을 때마다 대학원생들은 늘 내가 맞지않는 옷을 입으려 하고 있는건 아닌지 의심부터 들곤 한다. 내가 박사를 꿈꿔도 되는지, 그것은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한 선택이다.
프롤로그에서도 언급했 듯, 석사 또는 박사에 대한 선택이 결코 “대학 다음에 대학원” 또는 “회사 대신에 대학원”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대안으로서의 선택 도피로서의 선택 이 최악은 막아줄 수 있을지언정 최선이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있다. 물론 내 인생이 언제 최선의 길만을 걸었겠냐 만은 – 입시도 실패, 취업도 실패했었는데 말이다 – 그렇다해도 이렇게 똥차만 피하다 인생을 끝낼 순 없다. 지금부터라도 최선의 선택을 해보자. 중고등학교 때 좀 놀고, 대학교 때 좀 덜 성실하게 살았다고 해서 내 남은 인생을 모두 똥빛으로 그릴 이유는 없다. 나도 할 수 있다.
나는 공부를 해도 되는 사람인가요
대학원을 가려할 때 가장 먼저드는 생각은 아마 ‘내가 공부를 해도 되는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공부를 더 해볼까 생각하니 갑자기 고등학교 때부터 날고기던 공부머신의 얼굴이 떠오르고, ‘넌 정말 공부로 밀고 나가야 해’라고 믿고 있었던 우리과 과탑 친구가 갑자기 취업 스터디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에 비해 내가 시험 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얼른 공부를 때려쳐야겠다’는 괴로움 뿐이었고, 성적은 받았으되 그 과목을 내가 잘 알게되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나보다 성적 좋은 애들이 다 취업준비 한다는데… 내가 어떻게…
십수년 간 상대평가의 프레임에서 배워온 우리들에게 이러한 비교 판단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건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 기억하도록 하자. 우리과 과탑이 대학원에 가건 안가건, 옆집 순이가 박사를 하건 안하건, 그건 내 인생의 선택에 아무 상관없는 일들일 뿐이다. 어차피 경쟁 아니냐고? 아니다. 대학원은 이제껏 봐왔던 ‘동일한 문제를 동일한 시간에 풀어 제출하는 것’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 과정들이다. 따라서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꼭 연구를 잘하라는 법도 없다. 그러니 지레 겁먹지 말고 희망을 갖도록 하자.
석사/박사과정을 한다는 건 ‘공부를 하는 것’이 맞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연구생활의 일부일 뿐이다. 오히려 내가 석사/박사과정을 통해 얻는 가장 소중한 경험은 그 기간 중 공부를 했던 내용들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세우고 그것을 해결해갔던 일련의 과정일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부’는 그 과정 중 아마 (논문으로 따지자면) introduction(도입)이나 related work(관련 연구조사) 부분일 뿐일 것이다. 물론 훌륭한 introduction과 related work 조사는 연구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훌륭한 논문을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보단 problem formulation(문제 정의), method(방법론), experiment/evaluation(실험)이 훨씬 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연구의 본질은 제대로 된 문제를 제대로 된 접근으로 푸는 것이다. 그러니 단지 학습을 대학원 생활의 전부로 생각하진 말자. 학부 때 학습에 대한 비중이 어림잡아 80% 였다고 한다면, 석사 때는 40%, 박사 때는 아마 20%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다면 “학습력” 말고 진학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점검해봐야 할 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지적호기심이다. 만약 당신이 해결하고 싶은 어떤 문제가 있고, 그 문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적 난이도를 가지고 있으며, 당신이 그것을 이론적/실험적으로 해결해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당신은 대학원에 꼭 가야할 사람이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면,
- 나는 로봇을 보고 ‘로봇(인공지능)은 왜 이렇게 바보 같을 수 밖에 없는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했고, (문제 제기)
- 단순히 수많은 “if-else”로 해결하기보단, 진정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로봇을 만들고 싶었으며, (기술적 난이도)
- 이를 위해 학자들은 어떤 고민들을 해왔는지 알고 싶었고 내 아이디어와 수학적 배경으로 이 분야에 기여를 하고 싶었다. (지적호기심과 기여 욕구)
그래서 나는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도 없는데 석사/박사과정 내내 교수님이 던져준 주제에 대해 ‘이건 내가 흥미로워야 하는 학문이다’라며 최면을 걸고 있어야한다면 당신은 아마 대학원에서도 성공적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타의에 의한 행동은 늘 자의에 의한 행동에 하위한다. 그렇기에 성공적인 연구생활을 위해선 강한 동기(motivation)가 필수적이며, 이것이 석사/박사과정 모집글에 “self-motivated”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공적인 대학원 생활을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더욱 강렬하게 궁금해하고 파고들어라. 그 호기심 만이 당신에게 의미있는 경험과 좋은 성과를 가져다 줄테니 말이다.
환상
마음 같아선 ‘돈을 벌고 싶은 사람 모두 OUT’, ‘취업이 목적인 사람 모두 OUT’ 등 학문적 목적 외에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분들은 모두 부적격자로 몰고싶은 맘도 있다. 올 단두대. 하지만 ‘석사 학위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회사가 연구진은 모두 석사 이상을 요구한대서…’ 등의 현실적 부름을 모두 외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또한 위에 대학원 진학을 위한 이상적인 조건들에 대해 언급하긴 했지만, 자신의 지적호기심을 탐색할만한 “낭만적” 생각을 학부 때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들 성적관리하기 바쁘고, 스펙 관리하기 바빴을텐데 말이다.
대부분은 어영부영 지내다보니 벌써 3, 4학년이 되었고, 갑자기 맞딱뜨린 사회의 거대한 벽 앞에서 이리저리 찾아본 돌파구 중 하나로 “대학원”이라는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3 때도 학과선택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하지 못했듯, 대학원 진학에 있어서도 많은 고민을 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환상’에 기반하여 선택을 내리진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CEO가 되고싶어 경영학과를 간다든지… CEO의 조건은 경영학과가 아니라 회장님 아빠가 아니던가.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는데 있을 수 있는 몇가지 환상이나 오해를 살펴보도록 하자.
학부 공부로 뭘 알겠어. 석사 정도는 해야 뭘 아는거지…
전혀 아니다. 석사를 해도 모른다. 박사를 하면 아냐고? 사실 박사를 해도 모른다. 왜냐하면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가 담아야 할 그릇의 크기는 점점 커지는데 반해, 내가 채우는 속도는 좀처럼 빨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망각 속도는 위대하다. 박사과정 쯤 하고있으면 아마 학부 때 배웠던 과목들은 거의 생각나지 않을 것이다. 다시말해 만약 당신이 막연한 일반 지식의 전체적 향상을 위해 대학원을 택했다면, 그 목적은 쉬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대학원은 표족한 침을 만드는 곳이지 넓은 바다를 만드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교수되고 테뉴어 받은 뒤 해보시라능…
석사나 박사하면 아마 취직은 더 잘될거야
전혀 아니다. 내가 전문분야로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많은 기업들과는 업무 적합성(fit)이 어긋나게 될 가능성이 많다. 괜히 대기업에서 학부졸업생들 뽑아다가 재교육 시키는 것이 아니다. 석사/박사는 각자의 전문 분야가 생기기에 그것을 살리기 위한 길은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으며, 여기엔 바늘구멍 같은 경쟁이 기다릴 수도 있다. 특히 박사 학위 후 ‘포닥’이라 쓰고 일용연구직이라 읽는다을 떠돌며 고용불안에 떨고있는 이들 중에는 ‘차라리 박사하지말고 취업을 할 걸’이라며 후회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석사나 박사 학위가 취업에 꼭 악영향만 주는건 아닐테지만, 이것이 진학의 큰 이유가 되는 건 위험한 일일 것이다.
일단 버티다보면 학위는 나올거야
석사는 ‘…그럴지도…’, 박사는 ‘전혀 아니다’. 석사는 학교에 따라 물렁하게 봐주는 곳도 있는 것 같다. 현대 들어 학생들의 교육기간이 점점 늘어나며 석사과정을 학부의 연장으로 보는 시각도 많이 늘고 있기에, 수업을 듣고 형식을 갖춘 논문을 제출하면 다들 졸업을 시켜주는 것으로 알고있다. 또한 유럽의 경우엔 논문을 써야하는 석사학위와 수업만 들어도 되는 석사학위가 따로 존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이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물렁하게 얻은 학위는 내게 물렁한 연장책 만을 쥐어줄 뿐 내게 큰 발전을 안겨다줄 순 없기에, 그러한 ‘무사안일’이 내 목표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박사학위는 전혀 얘기가 달라진다. 박사학위는 논문자격시험(일명 퀄, qualifying exam)을 통과해야하고, 박사 학위논문 제출과 이에 대한 디펜스 과정을 거쳐야하며, 졸업 요건으로서 SCI 저널논문을 요구하는 등 그놈의 SCI 시간만 버틴다고 박사학위를 주지는 않는다. 박사과정에서 요구하는 학점을 다 이수할 경우 이를 “박사 수료”했다고 보는데, 사실 이 이후의 과정이 험난해 박사 수료 후 중도 포기하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주변에서 “박사수료”란 경력을 많이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 ‘시간만 버티다 보면 학위가 나온다’라는 오해는 하지 말도록 하자.
이 외에도 사실 석사/박사에 대한 오해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잘 기억나지 않으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차차 풀어보기로 하자. 중요한 것은 20대 중반, 여러분의 소중한 2년 또는 4년을 도피로서의 선택이나 환상에 기반한 선택으로 결정지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선택에는 좀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대학원 생활에 대한 이해,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연재들이 그러한 탐색의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에 나눈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공부와 연구는 다르다.
- 그러니 공부 못한다고 쫄지마라.
- 근데 공부 못한다고 연구를 잘한다는건 아니잖니;;;
- 중요한건 지적 호기심이다.
- 궁금하냐? 그럼 해라. 안궁금하냐? 그럼 하지마라.
- 환상만 갖고
결혼하지마라대학원에 가지마라 - 석사/박사가 보장해주는 건 아무 것도 없다.
- 줄 수 있는 건
이 노래밖에 없다문제해결 경험이다. - 풀고자 하는 문제가 있다면 대학원에 도전하라.
- 그렇다고 꼭 성공한단 뜻은 아니고…;;;
기승전 나도몰라…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이시간에 하기로 한다. 주간 폭탄 돌리기, 다음 글은 윤섭님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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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되고 테뉴어도 받았지만, 넓은 바다를 만들지는 못 할 것 같네요…;;; 모르는건 자꾸 생기고, 상대적으로 아는건 점점 없어져갑니다.
테뉴어까지 받은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니 읽은 논문 Reference를
자꾸 까먹는 이 박사생에게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미래의 모습이 그려지니 더 슬퍼지기도 하네요…
ㅎㅎㅎ 조사하나까지 공감
우리나라에도 수업만 들으면 졸업시켜 주는 교과석사가 일부 있사옵니다. 교과석사/논문석사의 분리
지적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 대학원에 가야한다는 것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졸업 기한도 없고, 또한 석사/박사가 보장해주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분들이 한번 쯤 꼭 고민해보았으면 하는 부분들을 정확하게 짚어주셨네요.
잘 읽고 있습니다. 다만 중간줄 그은 문장들 사용 안하시면 안되나요?ㅠㅠ 너무 빈번히 사용하셔서 많이 거슬리네요.
재밌고 괜찮기만한데 왜그러는지..
저 중간줄들에 중요한 (또는 통렬한) 의미가 많이 내포되어 있는거 못 느끼시겠어요? 그자체로도 많은 정보를 주고 있는 부분입니다.
완전 공감입니다.
혹시 아재 혹은 꼰대라는 소리를 듣지는 않으세요?
글쓴이가 평소에 어떤 농담을 할지 글 속에서도 느껴져서, 전 재미있었습니다ㅋㅋ
엔하위키의 말투를 사용하시는 듯하네요^^; 저도 가볍게 글쓸때 가끔 사용합니다
뭐랄까 신랄한 유머랄까요 ㅋㅋ
나름 위로도 되네요ㅎㅎ
박사 4년찬데 이래서 제가 박사를 하면 안됐습니다 ㅠㅠ
지적 호기심은 많은데, 그걸 창의롭고 의미있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그 능력에 의구심이 든다면, 저는 박사를 도전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지금 엄청 고민하고 있는데 .. 정말 그 누구보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주변 지인들의 추천으로 인해 여기까지 와서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공감가는 내용과 재미있는 필력이라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댓글을 달게 된 경위는 석/박사 과정을 일반적 지식의 전체적 향상을 위해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것을 위해서 대학원을 생각하지 말라는 의견에는 찬동하나,
저의 주장은 일반적 지식의 전체적 향상이 연구에는 큰 도움이 될,
그러니까, 태웅 선배(선임 연구자로서의 선배)께서 언급하신 뾰족한 침을 만드는데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는 더 수월하게, 그리고 질적으로 좋게 만들 수 있다는 데에 의견을 하나 보냅니다.
단, 그렇게 하기 위해선 남들 휴일에 쉴 시간에
그 지식의 향상을 위한 공부에 따로 시간을 투자해야한다는 등의 힘든 시기를 보내야하지만,
언급하신 그놈의 SCI를 쓸 때, 교수님이 쓴 것과 대학원생이 쓴 것이 차이가 나듯,
지식을 충분히 쌓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같은 data를 보더라도 분석하는 방법론이 큰 차이가 있을 거라는 것은
이곳에 오신 누구든지 같은 생각이실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생각은 학회에서 어느 교수님 한 분으로부터 포스터 발표 때,
자신의 연구 분야만 관심 갖지 말라고 혼난 이후부터 든 생각이긴 합니다. ㅎㅎ
넓게 알아야 보인다는 말이시죠? 저도 공감합니다.
지적 호기심 만으로 연구를 한다는 것 공감도 되지만,
결국 연구에 대한 순수한 목적이 완전히 100% 지적호기심이 아니더라도
생존에 대한 욕구, 결국 외적 보상을 향한 동기도 함께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00% 동감입니다.
남아공 프레토리아 대학에서 석사 공부(Honours) 1학기를 이제 막 마친 학생입니다…
정말 무엇이 궁금하나..무엇을 파고 들까…고민조차 제대로 안해보고 어영부영 학사떄처럼 어찌저찌해서 졸업이나 하자는 마인드로 시작했다가 지금 정말 처절한 패배를 맞보고 있습니다…
하아 정말 너무 절망스럽고 다시 전공으로 바꿔야할지 고민 또 고민입니다..
지적 호기심이 있어 시작한 대학원 생활이었습니다. 근데 그 지적 호기심이라는 것도 그리 오래 가는 것 같지는 않아서 고민입니다.
스무 살에 이 글을 접하게 되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박사과정 18년만에 포기했습니다
이런글 진로에 고민하고 있는 한 30대로서 너무 감사합니다….
잘 읽어보겠습니다
3o대 들어선 석사 직장인으로서
굉장한 공감을 느끼고 본 블로그에 있는 글들을 읽어보면서 석사/박사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보고 있습니다.
박사 학위에 대한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있으면서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데,
문득 지적 호기심의 범위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듭니다.
제가 생각하는 부분은 테크니컬한 부분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이러한 부분도 지적 호기심에 대한 범위 안인지..
어떠한 호기심도 지적 호기심이라고 단정짓고 싶지만, 박사학위랑 사소한 호기심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
좋은글 입니다. 저는 석사하고 회사 취직하여 다니고 있는데. 팔아야하는 실제 제품을 만들어야하는. 고 신뢰성, 현장 즉시적용가능, 인증 등의 험난한 괴정을 거쳐야하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연구 개발과는 달리.
대학원의 연구는 가능성, 이 현상의 실전 적용가능성, 이 현상의 당위성을 연구한다는 점이 다르죠… 그래서 요새 기업들이 오히려 석박사보다 학사를 많이 패용합니다. 연구개발직으로. 석박사 학위자들보다 경력자를 찾는것도 같은맥락이지요.
대학원 과정은 가능성만 연구하는 과정이라면
기업은 실전 이니까요.
가능성으로 남겨두어 미지의 영역이 단 1개라도 남아있다면 결국 그것이 현장에서 문제점으로 터져나와 기업에 수십억의 피해를 끼치게 되기 때문에…
석박사 한다고 취업 잘 되리라 믿는다면 큰 오산…
전 그래서 다시 돌아가 박사를 했다면 하고 상상할때
공학박사는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애초에 공학이란 분야는 석박사라는 과정의 존재가치가 희박합니다….
오죽하면 대기업들이 박사졸업생들의 경력을 점점 깎아내리고 있을까요..
처음 대학원 진학하였을때
내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싶다는 꿈으로 진학하였으나..
연구와 기술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했던 저는 박사과정을 포기하게 되었으니. 지금은 엔지니어로써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저는 기업씩의 연구개발이 저한테 맞더군요. 석사과정동안 뜬구름잡는 가능성만 있지 실제를 구현하지 못하는 학문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취업전선에 뛰어든 지금. 저는 제손에서 탄생하는 작품들. 제품들. 내 혼을 담아 만든 제품들에 자부심을 느끼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게 됩니다. ㅎㅎ
기술적으로 개발자로써의 역량은 제 개인적으로 이제 저스스로도 만족할만큼. 이제는 더이상 궁금한게 없을 정도로 높은 고지에 다다랐다고 스스로 느낄정도가 되어서야. 하산하는 기분으로 이제서야 제 분야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게 되어 다른 분야들을 파고들기 시작했네요.
솔직히 박사과정의 연구가 맞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기업의 개발 그리고 실전과 실제하는 기술들을 만들어내는것에 더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는 이미 박사를꿈꾸다 석사후 취업을 선택한 사람으로써, 석박사냐 취업이냐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가지 조언을 해주고 싶은게 있군요.
너는 미래의 불확실한 가능성을 열기위해 혼신을 다 하는 연구자로써 성공하고 싶으냐. 아니면 실제하고 실존하며 현실에 구현가능한 기술자로써 성공하고싶은것이냐. 라고.
이제는 박사학위 자체보다는 그 목적에 중점을 둬야겠지요. 어르신 세대처럼 박사학위만 있어도 떠받들어 주는 세상은 지났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나이 먹고 돈은 모아놓았는데, 마음이 공허하신 분들이 가끔씩 대학원 박사과정을 하시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중요한 질문은 “박사하고 나면 뭐하고 싶은데?”인 것 같습니다. “왜 하고 싶은데?”라고 묻는다면, “그냥 하고 싶어서”라는 대답도 가능하지만, 진짜 동기는 “박사 후에 뭐 할 건데?”에 나올 테니까요. 거기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면, 도피성 진학 내지는 인맥 형성을 위한 진학일 수도 있겠지요. (인맥 형성도 나름의 목적은 있는 거니까 조금 케이스가 다른 걸까요?….)
그러면 왜 박사과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나오겠지요. 연봉 협상이나 승진을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연구자의 길을 걷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연구자의 길을 걷고 싶은 사람이라면 감내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도전하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master와는 달리 4-5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성공 가능성이 30~50% 정도 되는데, 시간과 돈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내가 살아가면서 실질적인 소득에 줌점을 두는지, 자아실현이나 학문연구 같은 가치에 더 중점을 두는지(어떤 것이 더 나은 것은 아닐 겁니다. 가난한 선비를 꿈꾸든, 거상을 꿈꾸든 각자의 가치가 있는 거니까요)를 봐야 하겠지요. 투자 대비 소득에 중점을 둔다면, 손익 계산을 잘해서 “아니다” 싶으면 발도 들이지 않는 게 나을 겁니다. 이런 경우에는 박사학위를 성공해도, 그 다음이 계속 profit이 난다는 보장이 없다면, 굳이 투자할 이유가 없는 거지요.
요즘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도 전전긍긍하는 지인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듭니다. 눈을 돌리거나, 눈을 낮추어서 외국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살 거라면, 박사과정 이후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 같더군요. 학위를 성공/실패한 이후를 각각 simulation해 보고, 거기서 fatal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경우에 도전하는 것이 나을 듯 싶습니다.